봄의 질감_ 봄을 기록하는 다른 방식

2026. 3. 27. 20:38BNW

화려한 빛깔로 세상을 물들이는 봄의 전령사, 벚꽃.
사람들이 그 분홍빛 화사함에 매료될 때, 난 그 색을 지웠다.
색이 사라진 자리에는 비로소 꽃이 가진 '구조'와 '질감', 그리고 빛과 어둠의 지독한 대비만이 남았다.
프레임을 가득 메운 꽃송이들은 도심의 밀집된 군중처럼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고, 차가운 금속 벽면 앞에 위태롭게 뻗은 가지들은 인공과 자연이 충돌하는 거리의 긴장감을 닮아 있었다.
어둠을 뚫고 쏟아지는 빛줄기에 몸을 맡긴 꽃잎들은 마치 밤거리 가로등 아래 고독하게 서 있는 행인처럼, 적막하면서도 강렬한 생동감을 드러낸다.

선명함보다 뭉클한 서정성이, 화려함보다 묵직한 정적이 흐르는 찰나의 기록.
세상을 집요하게 관찰하던 나의 시선은, 비록 피사체는 바뀌었을지언정 여전히 빛의 설계와 면의 분할, 그리고 그 이면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었다.
색을 비워내니 비로소 들리기 시작하는 고요한 리듬. 이번 기록은 나에게 있어 봄을 감상하는 방식이자, 다시 거리로 나설 나의 시야에 깊이를 더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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