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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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질감_ 봄을 기록하는 다른 방식
화려한 빛깔로 세상을 물들이는 봄의 전령사, 벚꽃. 사람들이 그 분홍빛 화사함에 매료될 때, 난 그 색을 지웠다.색이 사라진 자리에는 비로소 꽃이 가진 '구조'와 '질감', 그리고 빛과 어둠의 지독한 대비만이 남았다. 프레임을 가득 메운 꽃송이들은 도심의 밀집된 군중처럼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고, 차가운 금속 벽면 앞에 위태롭게 뻗은 가지들은 인공과 자연이 충돌하는 거리의 긴장감을 닮아 있었다.어둠을 뚫고 쏟아지는 빛줄기에 몸을 맡긴 꽃잎들은 마치 밤거리 가로등 아래 고독하게 서 있는 행인처럼, 적막하면서도 강렬한 생동감을 드러낸다. 선명함보다 뭉클한 서정성이, 화려함보다 묵직한 정적이 흐르는 찰나의 기록. 세상을 집요하게 관찰하던 나의 시선은, 비록 피사체는 바뀌었을지언정 여전히 빛의 설계와 면의 분..
2026.03.27 -
중앙경찰학교, 가벼워지는 순간
그토록 버겁던 어깨의 무게가 마침내 사라진다.인내의 시간을 지나,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당당해지는 찰나.교정 안은 바쁘게 움직이는 가족과 연인들로 가득하다.서로를 껴안고 웃으며, 참아왔던 눈물과 가슴 벅찬 기쁨을 나누는 사람들.그 수많은 환희의 물결 속에서도, 오직 당신의 기쁨만이 가장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무거운 제복이 비로소 몸에 맞는 옷처럼 느껴지던 날.가장 가벼워진 마음으로 내딛는 그 첫발을 응원한다.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 촬영 : SONY A7C2중앙경찰학교, 가벼워지는 순간
2026.02.26 -
청도 고수리, 남아 있는 시간들 _
오래된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골목을 걷다 보면 문이 닫힌 채 잊힌 집들,간판만 남은 작은 가게들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이미 비워진 곳이지만, 그 위에 남은 손자국과 흔적들은이곳이 분명 누군가의 일상이었던 장소임을 말해주는 듯했다.오래된 우편물, 금이 간 벽, 바람에 흔들리는 낡은 대문.집들은 비어 있었지만, 마을은 텅 빈 느낌이 아니었다.오히려 살아 있었던 시간들을 더 선명하게 불러냈다.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 방금까지 머물렀던 것처럼 느껴졌다.겉으로는 폐허처럼 보였지만, 그곳에는 이상할 만큼 따뜻함이 느껴졌다.지금 이 자리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버려진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는 시간 같았다.가끔 지나가는 주민의 발걸..
2026.01.14 -
칠곡군 왜관읍, 골목의 시간
오래된 벽과 작은 가게들 사이로 번지는 정적은 마치 오래된 필름 속에 갇힌 순간처럼 느껴졌다. 햇빛은 골목 깊숙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대신 낮은 지붕과 벽면들은 저마다의 회색 결을 드러내며 이곳의 시간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걷는 동안 골목 곳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도 보였다. 대문이 부서져 바람만 드나드는 집, 오래 비어 폐허처럼 남아 있는 공간, 그리고 불에 그을려 더 이상 생활의 온기가 남아 있지 않은 집까지. 그 흔적들이 작은 골목길 사이사이에 남겨져 있었다.나는 한동안 골목길을 걸었지만 마주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빗자루를 쓸던 분과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어르신, 가게 앞에서 흥정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작고 고요한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그 작은 움직임들이 멈춘 듯한 이 공..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