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크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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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엄청나게 추웠던 그날
눈이 채 녹지 않은 겨울날, 영주의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차분하게 깔린 고요 속으로 들어서자오래된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는 풍경들이 반겨주었다.어깨를 맞댄 낡은 지붕들,눈더미 옆에 옹기종기 모여 세월을 견디고 있는 흔적들.시장 어귀에는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은은한 삶의 온기가 전해졌다.사람이 보이지 않는 모퉁이조차 누군가 방금까지 머물렀던 것처럼 느껴졌고,눈 위에 어지럽게 새겨진 발자국들은 이곳이 분명 누군가의 오늘임을 말해주는 듯했다.겉으로는 멈춰 서 있는 동네처럼 보였지만,그 안에는 이상할 만큼 깊고 따뜻한 숨결이 흐르고 있었다.버려진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속도로 잠시 쉬어가고 있는 시간 같았다.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마주한 영주의 하루.사라지지 않는 삶의 흔적들이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곳하지만 그날은..
2026.08.14 -
대구 동성로, 도시의 리듬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동성로를 걸었다. 익숙한 거리지만, 사진을 함께하는 사람들 때문인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전혀 다른 장면처럼 느껴지는 게 참 묘하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중심 거리부터 골목 안쪽의 조용한 분위기까지, 같은 공간 안에서도 분위기가 계속 바뀐다.이날은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걷고, 보고, 찍자’는 마음으로 나와서인지 더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각자 다른 속도의 발걸음, 햇빛이 건물 사이로 떨어지며 만들어내는 그림자, 그리고 잠깐 멈춰 선 누군가의 표정까지.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 같다. 누군가는 급하게 지나가고, 누군가는 여유롭게 서서 주변을 바라본다. 그 흐름 속에서 타이밍을 맞춰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꽤 짜..
2026.05.09 -
청도 고수리, 남아 있는 시간들 _
오래된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었다.골목을 걷다 보면 문이 닫힌 채 잊힌 집들,간판만 남은 작은 가게들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이미 비워진 곳이지만, 그 위에 남은 손자국과 흔적들은이곳이 분명 누군가의 일상이었던 장소임을 말해주는 듯했다.오래된 우편물, 금이 간 벽, 바람에 흔들리는 낡은 대문.집들은 비어 있었지만, 마을은 텅 빈 느낌이 아니었다.오히려 살아 있었던 시간들을 더 선명하게 불러냈다.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 방금까지 머물렀던 것처럼 느껴졌다.겉으로는 폐허처럼 보였지만, 그곳에는 이상할 만큼 따뜻함이 느껴졌다.지금 이 자리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버려진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있는 시간 같았다.가끔 지나가는 주민의 발걸..
2026.01.14